오늘 낯선 빈칸에 눕다 김기철

오늘 낯선 빈칸에 눕다 김기철
오늘 낯선 빈칸에 눕다 김기철


오늘 낯선 빈칸에 눕다 김기철

빈칸과 빈칸 사이엔 삶의 여백이 있고

빈칸에 들지 못한

저마다 무수히 많은 거친 삶의 언어들이

빈칸과 빈칸 사이에 사납게 매달려 있다.

오늘 지나 내일이면

오늘 뒤편의 어제가 조금 잊혀지고

빛과 어둠의 경계선 앞에서

내일이 털고 일어난 자리에

오늘이 낯선 빈칸에 쓰러져 과거에 눕는다.

가늠할 수 없는 어둠 내일의 삶의 일지엔

여과지를 통과한 그 무엇무엇한 일들과

기억되지 않는 일상의 잡다한 풍경들이

여일한 하루의 빈 칸에 누워 추억이 되고

언제나처럼

빈칸과 빈칸 사이를 방황하는 사나운 것들과

알 수 없는 이유들로 못내 아쉬운 것들이

빛의 저편 어둠 내일의 오늘을 또 기다리며

빈칸마다 풍경처럼 그려져 잠들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