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련꽃 여자 김순옥
살다가 하늘 바라보게 되는 일
눈으로 묻고 눈으로나 알아야 하는
허공법당에
꽃으로나 피는 여자
연목구어 가지끝에
남루로 걸린 자괴로움은
숨비로나 토해내고
묵묵부답 저 하늘 연못에
읍소했던 지난 겨울
무엇이 간절하여
애면글면 움켜쥐었던가
무엇을 얻었던가
마음 하나 부서져도 기척도 없는
봄날, 제 풀에 무너져 내리는
막막 선문답
백목련으로나 피는 여자
뭉게뭉게 게워낸다
두손 모았던 어떤 간절도
지나고나니 희석되더라
심장이 바늘쌈지였던 상처도
견뎌내니 참회더라
마음속에 연緣이 많아
보류해도 되는 줄 알던
어리석은 사랑도
보내고 나니 후회더라
돌아 안는 그리움이더라
나무에 앉은 연꽃 비가
사설도 많은 이실직고
속죄인양
제 마음 하나 세우지 못한 오명
흐드러지게 피워놓고
여운도 가시기 전
회포도 풀리기 전
꽃눈 하나 잠언같이 남겨놓고
한아름 속절이
소리도 없이 떠나간다
목련꽃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