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슬픔 하나 조서연
잘 지내요
그래
너도 잘 지내
짤막한 인사로 아무렇지 않게
먼저 손 내밀어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울음 같은 미소로
쿵쿵대는 가슴 애써 누르며
서로 어색하게 돌아서
걷는 다리에 힘이 빠져
엎드린 체
풀리지도 않은 신발 끈을
괜히 다시 묶는 시늉을 해본다
뒤돌아선 그 사람에게
내 슬픔 들킬까 봐
가슴에서 피멍이
올라와 꺽꺽 숨이 막힌다
아프지 말자
아플 일 아니다 아프지 않다
다짐하며 일어서 앞으로 걷는다
꺾어진 길목에서
슬픔이 무너져 행여나 돌아본다
빈거리에 바람만 휭하니 서 있다
저며오는 슬픔을 저기 서 있는
바람 때문이라 우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