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은 임수현

그런 날은 임수현
그런 날은 임수현


그런 날은 임수현

그 마음 떠났다 해서

내 마음 접히는 것 아닙니다.

내 마음 떠나왔다 해서

그 마음도 접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마음 떠나고

내 마음 떠나도

접히지 못한 결과결 사이에

남아 있는 것이 있습니다.

봄바람 닮은

부드럽고 알싸한 그리움 말입니다.

어쩌다

마음 멀어져 잊는다고 해도

그가 나를 잊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내가 그를 잊을까 잡아두고 있어도

바람처럼 슬픔이 밀려들까 두려울 뿐이지요.

그런 날은

귀퉁이 한 조각 뚝 떨어진 돌멩이 되어

우두커니 서 있으렵니다.

얼어붙은 호수에 그림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