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안부 김해정
들녘 허수아비도
장기 휴업에 들어갔다
은색 바람에 낙엽이 흩어지고 날리면
자꾸만 짧아지는 햇볕 등 뒤로
헛된 근심이 흔들리는 삶의 한 가닥
초연히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이 있다
까만 무쇠솥에서는
말간 누룽지 물이 펄펄 끓고
유리창으로 뿌옇게 앉은 성에
저물 무렵, 뭉툭하게 닳아가
그리움의 안부 환하게 내려앉는
11월은 차갑지만, 온기를 느낄 계절이다
일일이 말하지않아도
차 한잔을 감싸는 두 손에
마음이 오가고 정에 흔들리는
아름다운 이 계절을 함께하는
까칠한 달력 안의 숫자들의 가쁜 숨소리
침묵에 잠든 텅 빈 마음
그리운 사람 다들 어디 가고
바람 소리에 지워진 쓸쓸한 안부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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