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장미의 고갯마루 이진섭
수척해진 온몸이 지치고
피곤이 찌들어 두 어깨를 억누르는 곳
밀려오던 영혼의 쉼터에
풀어헤치고 날지 못한 젊음의 꿈은
깊숙이 녹아내려 잠들었습니다.
생을 다한 운명의 시간이 가도록
흑과 백의 인생을 뒤집고
그들의 일그러진 세상 속에서
“너희들은 아느냐”라고 물으며
이 조국을 목놓아 불러보는 청춘!
핏빛 발자국 딛던 순간을
이 밤 지새 내일의 밤 기다려봐도
넋을 잃은 윤슬의 잔물결만 차오르며
구천을 맴돌다 새까맣게 타버린 얼굴들
벗이여 전우여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