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정상화
저놈의 호박벌 말벌 좀 보게나
사발만 한 깊은 꽃 속에 노란 꽃가루
뒤집어쓰고 헤매는 꼴 좀 보게나
넉넉한 가슴이 낳은 풍성함
보리장에 몸을 다진 살내음
누구와도 궁합이 맞는 팔방미인
애호박을 낳고
노릇이 구운 전이며
달콤한 죽을 만든 누렁 뎅이를 낳고
욕심을 비워낸 속은 또 어떻고
사랑을 머금은 풍성한 여인
꾸밈없이 편안한 친구 같은 여인
풀밭 사이 궁뎅이 살짝 까고
쉬하는 부끄럼 타는 여인
모두를 주고도 더 줄 것이 없나
고민하다 마지막 한 잎까지 보리밥
쌈으로 내어주는 어무이 같은 여자
싸울 일 없는
편안히 기댈 수 있는
가슴에 안겨 잠들고 싶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깔스런 여인
함부로 손 대지 마라
은장도의 자존을 뽑아 꼭지째
툭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