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김정숙

허수아비 김정숙
허수아비 김정숙


허수아비 김정숙

삶의 터가 고달파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어

오히려 행복이었다

순탄했다 말할 순 없어도

끝까지 포기할 순 없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어

오히려 행복이었다

바라 만 보아도

가슴 벅차오르던 시절

허리 휘는 줄 모르고

밤이 낮 되어 해지는 날 없이

몸 불사르던 허수아비

빈 둥지 끌어 안고 이제나저제나

기약 없는 기다림에도 행여 오는 길목

새 떼 울어 대어 돌아 설까 봐

훠이~훠이~ 쫓고 있는 허수아비

평생을 어무이라는 옷 한 벌 걸치더니

다 헤어진 옷 마저 버리지 못해

뼈만 남아 앙상한 가슴으로 부여잡고

두 팔을 벌리고 서서

모두 떠난 빈 들판으로

지켜야 했던 것들

포기할 수 없었던 것들의

기억을 불러 들이며

평생 어무이라는

숭숭 구멍 난 옷 사이로

훠이~ 훠이~ 쉰 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