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이 너무 좋아서 서미영
햇살이 너무 좋아서
당신이 그리울 때 가 있습니다
세상을 다 채우고 남은
그 햇살 한 줌을 집어다가
흐릿해진 당신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어느 날 내가 먼 산을 바라볼 때면
그 산 너머에 갓 세수한 얼굴로
나를 마주하고 서 있다가
당신도 햇살을 한 줌 집어서는
못난 내 얼굴을 그리고 있을 테지요
바람이 너무 좋아서
당신을 불러볼 때 가 있습니다
햇살이 스며든 구름 위에
주저앉은 바람의 등에 기대어
잊혀진 당신의 사랑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으로 묻혀가는
전등 빛으로 분칠한 도시 한편에
이번엔 내가 당신을 향해 서 있으면
당신은 졸린 바람을 앞세우고
어쩌면 그날은 나를 찾아올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