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김순옥
한여름 밤에는
우리 생명의 근원이 숨 쉬는
풀밭으로 나오세요
향긋한 풀냄새 맡으며
지친 하루를
기억의 저편에 뉘여보세요
낮에는 초원도 생존 정글의 시간
밤이 되어
속살을 풀어 헤칠 때
여름이 절정으로 갈 때 절정에 이르는
향긋하고 쌉싸름하고 비릿한
초원 최대의 생명 에너지
충전해 보세요
향긋한 축제의 향기 저쪽
수많은 전생들이 사르는
어머니 소신공양 마음 같은 초원
잘 발효되고 잘 숙성된
대지의 모유, 감사하며
마음껏 취득하고 음미해 보세요
가을이 오기 전
많은 것 바라지 말고
생의 소멸을
끝없이 환생과 신생으로 바꿔가는
이 지상 최초 원주민들의
지칠 줄 모르는 의지와 환희를
살생을 모르는 청정의 향기를
폐부 깊숙한 곳까지
수혈해 보세요
밤하늘의 별들도 헤어보고
잊었던 옛사랑도 생각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