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를 지나며 이형곤
범어사 탐방 길 옆
지금은 사라진 청룡동
옛 마을 터
금방이라도 푹석 주저앉을 것 같은
뼈도 살도 이미 수명을 다한
임종 직전의 폐가 한 채
언제부터인가 들고양이 가족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스산하고 음침한 폐가지만
예전엔 한 가족이 슬어낸 추억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는 그리운 고향집 이리라
폐가,
아직도 누구를 기다리는가
문이란 문은 죄다 열어두고
등 굽은 용마루엔 제멋대로 자란 와송이 뾰족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누군가 돌아와 아궁이에 군불
지펴주길 기다리는가
작은 마당엔
찬물로 막 씻은 듯한
메꽃 몇 송이
입술 파랗게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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