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가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 신호탄
특히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비만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살이 찌면 지방 조직에 의해 목이 두꺼워지면서 목구멍이 좁아진다. 이로 말미암아 코골이나 무호흡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배에 살이 쪄도 마찬가지다. 잠을 잘 때 복부지방이 폐와 배를 나누는 횡격막을 위로 올려 폐의 부피를 감소시키고, 폐를 둘러싸고 있는 가슴 벽의 움직임을 감소시켜 숨 쉬는 데 많은 힘이 들어가게 하기 때문이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주로 40~50대의 비만이 있고 목이 짧은 남성에게서 흔하게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서 코골이가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건 남성이나 여성이나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코골이로 인한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수명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의견에 대해 이승훈 교수는 코골이, 특히 수면무호흡이 심하게 동반돼 있다면 수명 단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면무호흡 상태가 자주 오랜 시간 반복되면 잠을 자는 도중 공기가 폐에 적절하게 도달하지 못하고 혈류와 주요 장기에 산소가 적절히 공급되지 못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으로 고혈압이나 심장 기능에 문제가 있는 심부전증,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폐에 산소 공급이 적절하게 되지 않아 심장과 뇌에 있는 혈관에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제2형 당뇨나 대사증후군의 발생에도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소아의 경우 잦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잦은 뒤척임, 구강호흡, 수면의 질 저하 등으로 나타나고, 심한 경우에는 성장장애, 과잉행동 및 주의집중장애, 학습 능력 저하와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코골이, 수면무호흡, 낮 시간의 졸림증 등과 같은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 그리고 고혈압, 당뇨, 다양한 심뇌혈관계 합병증
등이 동반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잠을 자는 도중에 상기도가 좁아져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시경 등으로 코 안과 목 안이 좁아져 있는지, 그 여부를 검사하는 것도 수술적 치료의 성공 여부와 양압기 치료(PAP Therapy, Positive Airway Pressure Therapy)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어느 정도 심한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 수면다원검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룻밤을 검사실에서 자면서 뇌파, 심전도, 혈액 속의 산소농도, 호흡 등 다양한 생체신호를 동시에 검사·확인하는 방법이다. 이 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후군이 있는지 여부와 이것이 중추성인지 폐쇄성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
또 깊은 잠의 분포, 얼마나 자주 깨는지, 수면 자세에 따른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의 변화, 코골이가 얼마나 심한지 등도 파악할 수 있다. 결혼 생활이나 직장·사회생활에 문제가 될 정도로 심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다양한 합병증이 동반돼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다행히 그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생활습관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다. 적절한 운동은 수면 중에 상기도 확장근이 기능을 발휘하도록 적절한 긴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목 안의 근육을 축 처지게 하는 수면제나 술 등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똑바로 누워서 자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나타나다가 옆으로 누우면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에게는 옆으로 누워서 자게끔 수면 중 자세 변화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혀뿌리나 목젖이 뒤로 처지는 것을 방지하는 보철물 같은 장치를 입에 물고 자는 방법도 있다.
코를 골거나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서 비만한 사람은 체중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교수는 “비만한 사람이 체중을 줄이면 여러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반대로 체중이 다시 증가하면 설사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의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려대학교의료원 건강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