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나영민

추수 나영민
추수 나영민


추수 나영민

누런 황금벌판

메뚜기 한철이라는

배부른 계절이 돌아왔다

태풍에도 이겨내고

온갖 병치레도 겪었으니

가을의 끝머리가 대견스럽다

다문다문

눈에 보이는 피를 뽑고

가둔 물을 빼고 흙을 바짝 말려

몇 시간

콤바인이 진입하여

베어지고 탈곡해지는 편한 세상

애 터지게

허리 굽힌 논바닥

온 식구 거느려 벼를 베었던 시절

단을 묶고 나르고

60촉 전구를 밝혀 밤새

탈곡기를 밟았던 고단함의 무게

방앗간

기계 소리 우렁찼던

그 웅장함에 귀가 먹먹했었지

하얀 쌀밥을

목구멍에 넘기기도 송구했던

유년 시절이 필름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