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 도량 김순옥

처마 밑 도량 김순옥
처마 밑 도량 김순옥


처마 밑 도량 김순옥

비가 오면 시린 내 발목을 위해

두 석 자쯤 품을 넓혔는데

이 삼십 도쯤 고개 숙였는데

비를 피해 나그네 수심이

등을 기대는군요

햇빛이 직선을 꺾어 유순해지니

기웃거린 달빛이 자유로워지고

바람의 해찰도 쉬어가는 안도와 여유

그 만큼 넉넉해진 내 가시거리 안으로 안겨 온 아이들이

소풍이듯 툇마루 풍경에 뒹구는군요

안과 밖 양지와 음지

반 반 온유한 햇살 아래

집안의 시름들이 툭툭 걸어 나와

빨래처럼 내 걸린 선팅이듯

구름처럼 흘러가는 힐링이듯

풋내나고 떫고 비린

시래기 코다리 생감 도반들도

햇살과 바람의 은유에

귀를 열고 숙성해 가더니

끝내 달고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미감의 완숙한 경지에 이르는군요

재가 수행

도량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

처마 밑도 깨달음이 있으면

도량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