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끝에 이는 바람 이윤선

처마 끝에 이는 바람 이윤선
처마 끝에 이는 바람 이윤선


처마 끝에 이는 바람 이윤선

깜박 잊었습니다

처마에 달린 바람이 떠나지 못하고

비에 젖어 툇마루를 적시는 오월 팔일

잊었습니다

돌담 아래 머물다 마당을 돌고

어린 창을 살며시 두드리던

목소리

얘야 일어나라

까치가 날개를 펴는 아침이면

따사로운 햇살을 묻히며

들리던

아버지 목소리 잊었습니다

처마 끝에 빗 망울에 뭉쳐 떨어지는

자애로운 아버지 바람

지금도 저 기다리는 데

꽃집 앞에 지친 카네이션 바라보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