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이윤선
비 온다는 말은
비 오는 소리는
우산을 들고도
주책맞게 옷자락이 젖고
머리까지 젖는다
별수 없는 나이인지
세월에 저버렸는지
세월에 지지 않으려 했는데
커다란 나무 같이 흔들리고
작은 꽃처럼 흔들리고
가지위에 새도 못 앉게 흔들린다
이슬비 와도
애초롭게 흔들리는 그대
젖을 준비되었습니까
후드둑후드둑 후드둑
조금씩 조금만 저주고 지세요
촉촉한 이슬 먹은 풀꽃처럼
우산이 바람에 뒹굴어도 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