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휴식 김해정

정오의 휴식 김해정
정오의 휴식 김해정


정오의 휴식 김해정

가을인가 싶더니

이따금 미련 남은 여름 녀석이

힐끔힐끔 고개를 내밀며

낮잠 자는 짬을 방해 공작을 한다

잠시 멈춘다는 건

소리 없이 흐르는 분침과 초침

희망의 축소판에 삶의 여유를 담아

녹슨 생각을 반짝반짝 닦는 것이다

시간에 기대어

수놓은 계절, 두 눈에 담다 보니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이유 없는 바람

설핏 훔친 은둔의 독백을 듣고 있다

가볍게 펼친 낭만

가을이 주는 혼자만의 고독 앞에서

배회와 방랑이라는 집시의 이름으로

햇살 좋은 키워드, 소유의 즐거움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