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휴식 김해정
가을인가 싶더니
이따금 미련 남은 여름 녀석이
힐끔힐끔 고개를 내밀며
낮잠 자는 짬을 방해 공작을 한다
잠시 멈춘다는 건
소리 없이 흐르는 분침과 초침
희망의 축소판에 삶의 여유를 담아
녹슨 생각을 반짝반짝 닦는 것이다
시간에 기대어
수놓은 계절, 두 눈에 담다 보니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이유 없는 바람
설핏 훔친 은둔의 독백을 듣고 있다
가볍게 펼친 낭만
가을이 주는 혼자만의 고독 앞에서
배회와 방랑이라는 집시의 이름으로
햇살 좋은 키워드, 소유의 즐거움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