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가만히 있어 보자

잠시만 가만히 있어 보자
잠시만 가만히 있어 보자


잠시만 가만히 있어 보자

날 수 있을 때 날아야 하고 날고 싶을 때 날아야 한다. 그러자면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도 필요한 것이다. 무언가에 떠밀리듯 출발한 비행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들여다보는데 시간을 쓰는 대신, 스스로를 세상 속으로 밀어 넣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는지 모른다.

나와 나의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또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면서 세상이라는 커다란 퍼즐에 자꾸만 자신의 한 조각을 끼워 맞춰보는 것이다.

하지만 퍼즐은 그런 식으로 완성되어질 리 없다. 그러니 잠시만 가만히 있어 보자. 잠시만 가만히 두어 보자. 가만히 자신의 호흡에 집중해보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기’란 모든 일의 직전 단계이다. 모든 굉장한 일의 직전 단계이고, 모든 근사하고 대단한 일의 직전 단계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 봐야, 스스로가 보인다.

그러니 당신도 두려워하지 말길. 지금 가만히 앉아 있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그런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당신도 조금은 조심해주길. 지금 가만히 앉아 있는 누군가를 그렇듯 측은한 눈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니 말이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기’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몇 곡의 음악과 좋아하는 몇 그루의 나무가 있는 집 근처 공원 벤치에서 바람의 손길을 느끼고 햇살의 변화를 맛보며 가만히 앉아 있는 그 얼마간의 시간을 사랑한다 .

-심현보 ‘가볍게 안는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