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학각론 이태기
우리 이쯤에서 헤어지기로 해요
내가 당신을 모르고
당신이 날 모를 때
늦가을 흩날리고
우정이 흩날릴 때
가슴에 철모르고 익은
열매가 낙과하기 전
그리워하기 알맞고
돌아서기 알맞은 거리일 때
그대에게 아직
보랏빛 베일이 남았고
내 상처 위에
얇은 옷만 남았을 때
산사의 바람 그대 손목을 휘감고
교회 종탑
그만 그만 울릴 때
은행잎 노랗게 떨어지는 공원 벤치에서
각자의 하늘을 보며
우리 이쯤에서 헤어지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