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학각론 이태기

이별학각론 이태기
이별학각론 이태기


이별학각론 이태기

우리 이쯤에서 헤어지기로 해요

내가 당신을 모르고

당신이 날 모를 때

늦가을 흩날리고

우정이 흩날릴 때

가슴에 철모르고 익은

열매가 낙과하기 전

그리워하기 알맞고

돌아서기 알맞은 거리일 때

그대에게 아직

보랏빛 베일이 남았고

내 상처 위에

얇은 옷만 남았을 때

산사의 바람 그대 손목을 휘감고

교회 종탑

그만 그만 울릴 때

은행잎 노랗게 떨어지는 공원 벤치에서

각자의 하늘을 보며

우리 이쯤에서 헤어지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