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채색 봄이 오는 길목 김기철
시샘 비바람 흔들리다 지친
우수의 동백 나뭇가지에서
선잠 깬 동박새 꾸벅꾸벅 졸고
쉬이 피고 진 동백꽃 잎새마다
생채기 아린 비분 소리 드높다
잎새보다 제 먼저 핀 매화
이미 유채색이 되어 가는 시간
산천초목 기지개 켜는 소리
산개구락지 놀라 눈을 뜨고
이슬 머금은 실개천 버들개지
해해연년 이른 아침 햇살 한 줌에
소리소문 없이 설운 봄날이 간다
한잠 깬 벚꽃네 연보랏빛 새순
숨죽여 몽글거리는 스산한 거리
문득 돌아보니 흙비에 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