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이태기

우화 이태기
우화 이태기


우화 이태기

그 나무는 여러 해만에

첫 꽃이 하얗게 피었다

꽃은 사랑의 서약 써놓고 노랑벌을

불렀지만 초례청 예법 모르는 철부지 벌은

밀어는 읽어주지 않고 빙빙

노닥거리기만 했다

꽃은 밤낮 순백의

향내 뿜으며 우주에 한번 랑데부를 원했지만

화심(花心)을 맡을 줄

모르는 벌은 원죄의 비늘에 씌어

순결의 언어에

접근하지 못하고 꽃잎 흔들며

미끄럼만 계속 탔다

시간은 점점 말라가고 다른 연착륙이 일어나

그 자리엔 성난 열매가 맺혔다

노랑벌은 뒤늦게 깨닫고 말했다

꽃술을 읽어주는 것이

천직인 줄 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