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날 박동환

우울한 날 박동환
우울한 날 박동환


우울한 날 박동환

무겁게 드리운 구름은

침착하는 입자처럼 마음 한구석에

수북하게 쌓여 자리를 차지하고

영혼이 떠난 자리에 남은 주검처럼

힘없이 축 처져 덩그러니 놓여 있다

축축한 장판 위를 흐르는 습기는

드러누운 등짝에 들러붙어서

마치 한 몸이 된 로뎅의 조각으로

생각의 빗장을 단단히 채우며

우울한 날의 어둠에 잠긴다

이런 날엔 세찬 바람 맞으며

구석구석 늘어진 그림자를 세우고

축 처진 발걸음을 힘차게 걸어서

살아있는 생명의 붉은 심장처럼

터질 듯 목청을 돋워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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