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두의 편지 박경수
겨울강을 건넌 바람이
연두 새잎을 물고 산을 내려와
들판에서 휘파람을 부네요
당신
얼마나 기다렸는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수만 번 물레질로
바늘 자국 새기면서도
당신을 만날 거라는 설렘 하나로
이제야 연초록 옷 한 벌 마련했네요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는지
머리엔 박꽃이 피고
순수했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한 술의 밥을 위해 오늘도
세상과 타협하며
영혼 없는 허수아비가 되었지요
그러나 당신
내가 옆에 있어줄게요
당신을 위해 비워 둔 가지마다
촘촘히 노래를 엮어 당신에게 갈게요
가엽게 내려앉은 당신의 어깨를
연초록 잎으로 감싸 안아 줄게요
홀로 버티며 흔들렸을 밤들
눈물샘마저 고장난 채
바보였던 지난 날들일랑
봄바람에 날려 버려요
당신 삶에 최고로 눈부신 순간
바로 지금
연두가 함께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