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의 편지 박경수

연두의 편지 박경수
연두의 편지 박경수


연두의 편지 박경수

겨울강을 건넌 바람이

연두 새잎을 물고 산을 내려와

들판에서 휘파람을 부네요

당신

얼마나 기다렸는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수만 번 물레질로

바늘 자국 새기면서도

당신을 만날 거라는 설렘 하나로

이제야 연초록 옷 한 벌 마련했네요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는지

머리엔 박꽃이 피고

순수했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한 술의 밥을 위해 오늘도

세상과 타협하며

영혼 없는 허수아비가 되었지요

그러나 당신

내가 옆에 있어줄게요

당신을 위해 비워 둔 가지마다

촘촘히 노래를 엮어 당신에게 갈게요

가엽게 내려앉은 당신의 어깨를

연초록 잎으로 감싸 안아 줄게요

홀로 버티며 흔들렸을 밤들

눈물샘마저 고장난 채

바보였던 지난 날들일랑

봄바람에 날려 버려요

당신 삶에 최고로 눈부신 순간

바로 지금

연두가 함께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