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너머 첫눈이 오면 김기철
가을에 만난 그 사람
내 마음
울긋불긋 물들여 놓고
숨 가쁜 여정 마친
찻집 들머리 단풍나무처럼
비가을에 말없이 떠나간다
가을에 만난 그 사람
한 계절 바삐 돌아
다시,
다시 찾아올 미쁜 사랑
아닌 거 같아
가을에 못다 부른 사랑 노래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가을비 추적이는
낙엽진 길모퉁이 돌아선다
언덕 너머 첫눈이 나리면
살금 눈 쌓인 새벽을 걸어
가을 미쁜 사랑 다시 오려나
가을, 그 무심한 사랑
한 마디 무언의 약속도 없이
갈바람에 흩날리는 잎새처럼
휘적휘적 언덕을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