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덕을 내려가는 바람에게 김기철
내 마음 한 자락 토닥이는 사람이
겨울 갓 지난 봄처럼 다가오면
“나 좋아해도 돼” 하고
여민 가슴 스치는 실바람에게 물어보아야지
달 없는 밤하늘에 어제 지운 낮달이 뜨면
“나 사랑해도 돼” 하고
오가는 길가의 연초록 아가 순들에게 한 번
한밤 서쪽 하늘에 깜박이는 별님에게 한 번…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소낙비 갓 거친 여름 들녘의 햇살로 다가오면
“나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하고
어제 본 듯한 낯선 나에게 묻고 또 물어보아야지
나 예전처럼 사랑님이 말없이 산을 내려가면
“
낮에는 목동
“,
“
밤에는 별밤지기 라고
“,
언덕을 넘어 줄달음치는 산들바람에게 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