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의 6월 풍경 주선옥
구십 살 정 할머니 집 앞에는
빨간 장미가 소나무와 숨바꼭질을 하고
구십 한 살의 김 할머니 텃밭에는
개망초가 잔치를 열어 야단법석이고
70살의 큰아들과 사는 최 할머니네
뒤뜰 감자밭에는 한창 꽃피운 청춘들이
연애질하며 이만 치에서 바라보는 카메라를 당긴다
마을 입구 느티나무는 백 살은 넘은듯하나
씩씩한 팔을 하늘 높이 쳐들고
시원한 너털웃음으로 오가는 이 마음을 잡고
마을의 젊은이 최 할머니 아들은
늠름하게 생긴 멍멍이 복식이를 데리고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 둑 거리며 농사를 짓는다
이장님 댁 담장 아래에는 계급장 같은 금계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그냥 지나치려는 이를 향해
손목 까딱거리며 불러세운다
초여름 한낮 들고양이가 졸음에 겨워
아무 데나 드러누워 늘어지는 세월 속에
바람에 흘러가는 흰 구름 조각이 한가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