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그림자 나영민
가느다란 줄기
하늘하늘 바람결에
흔들림 없이 꿋꿋한 꽃무릇
펼쳐 놓은 사연은
알고 보면 우물에 퍼 올린
두레박에 담긴 깊은 물 같았다
좋으면 좋은 데로
아프면 아픈 데로
각자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
조금씩 덜어내고
서서히 삭이다 보면
인생살이 홀가분해질 텐데
뉘엿뉘엿
해가 저물 때 가슴에
밀려드는 사금파리 조각들
깊은 상처는
꾸덕꾸덕 아물어 들어
흉터는 세월에 흐릿해지고
서산에 깔린 노을같이 물들 여생
붉디붉은
무리 진 꽃무릇 앞에
들춰 본 가슴 깊이 새긴 아픔
공감해 가는 치유의 시간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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