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와 막걸리의 상관 관계 문영길
그의 시에서는 텁텁한 막걸리 냄새가 났다
고두밥처럼 고슬고슬한 시어들이 어우러져 발효되기까진
그의 내부에선 치열한 다툼이 있었으리라
손가락 걸 약속조차 없는 궁색함이 맛보기를 자처하여
처지의 초라함을 취중에 흘리기도 하면서
행간을 휘휘 젓는 그의 새끼손가락은 늘 술에 절어 있다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쓰는 시는
고파서 마시는 막걸리와 은연중 닮았다
잠시 그만의 영역에서 누리는 포만과 자존감
유일하게 자신의 가난에 정직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시들었던 감성이 촉촉이 젖어 되살아나고
표면에서 주춤거리던 표정은 풍부해진다
비워진 막걸리 잔의 주둥이를 핥는 행위는
마른 젖을 빠는 애처로운 갈증이어서 퇴폐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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