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한참 느린 손목시계 김기철

세월 한참 느린 손목시계 김기철
세월 한참 느린 손목시계 김기철


세월 한참 느린 손목시계 김기철

나의 시는

오페라 아니다, 대중가요 같은 거다.

뭐 하나 숨기지 않았다

뭐 하나 꾸미지 않은 날것 그자체다

“,

그래서 참 쉽다

나의 시는

디지털 시계 아니다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손목시계다

할아버지가 차다 주신 손목시계

제자리 떠나지 못하는,

잔기침 하듯 무시로 쿨럭대는

세월 한참 느린 아날로그 손목시계다

이따금 남몰래 돌려놓은 시공 속에는

사무치게 그리운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살가운 사람들과

이마 더운 여름과 손 시린 겨울 들판이 있다

나의 시는

여름 날 습기 차고 겨울 날 오그라들어서

종종 흔적 없이, 시계 뚜껑 사라지는

마음 아픈, 해묵은 아날로그 손목시계다

나의 시는

어느 날 누군가 비웃듯 아날로그네 하던

“,

그 아날로그 맞다

나는 오늘도

톱니바퀴 사이에 오래 잠들어 있는

아픔, 기쁨, 행복, 슬픔, 추억 깨우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