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안귀숙
삶이 무기력하고
그날이 그날 같고
변화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설렘 하나 만들어내야 한다
권태의 늪에 빠져
돌아누울 수조차 없는 시름에 빠져 있다면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리 한번 펴지 못하는 날들이 지속된다면
설렘 하나 만들어 내야 한다
기다림 하나 없고
걸어 두었던 희망 하나조차
산산이 부서져서 마음마저 캄캄한 밤이라면
조금씩 다가오는 가을 속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듯이
낯설어져 버린 나를 마주하는 것이다
현란한 갈대의 춤사위를 바라보면서도
아름다운 느낌 한 줄 시로 토해낼 수 없다면
설렘 하나 만들어 볼 일이다
올해도 여느 때처럼 가을은 찾아왔는데
익어가는 가을속에서 설렘 하나 없이
보낸다는 것은 치유할 수 없는 외로움이다
푸른 잎새가 단풍빛으로 물들기 전에
희뿌연 찬 서리 내려서 가을이 더 깊어가기 전에
나의 심장을 방망이질할 설렘 하나쯤
미리미리 준비해 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