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이는 가을 박명숙

서성이는 가을 박명숙
서성이는 가을 박명숙


서성이는 가을 박명숙

왠지

빗물에 젖은 단풍이 측은하다

햇볕을 가득 품은

고운 빛깔로 저물어 가는

가을의 이별이

허허롭게 느껴짐은

아름다움을 헐벗기 때문일까

그저 바라만 봐도

눈길 머무는 곳마다

누군가의 미소가 떠오르고

누군가의 향기가 스치고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닿을 것 같은

사랑스러운 가을이다

지금, 이 순간

머무는 가을을 눈에 담고

따뜻한 국화차 한 잔에

마음을 은근하게 데우며

가을 끝자락에 서성이는 마음

소란하지 않게

조용하게, 예의 바르게

떠나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