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알겠더라 박명숙
잔잔한 시냇물 흐르듯
유유히 흐르는 날도 있고
먹구름 몰고 와 거친 비바람을
만나는 날도 있으니
세파에 시달리는 순간에도
잡초처럼 다시 살아지더라
때로는
누군가의 징검다리가 되어
하나의 존재 가치로
쓸모 있는 사람으로서
이 땅의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막연하게, 하염없이, 지루하게
기다림의 시간을 배웠고
내 손에 움켜쥔 것도 놓을 줄 알겠더라
살다 보니 알겠더라
자연스럽게 순리를 따라 순종하면
뿌리는 대로 거두게 되더라
풀꽃의 눈 맞춤에도 강퍅한 마음
유순하고 너그러워짐을 알게 하더라
누군가가 내게 눈물을 보탰다면
눈물을 보태는 일은 없었는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시간을 거스르기도 하더라
젊은 시절엔
경쟁을 하고 살았다면
지는 것도 이기는 방법이더라
세월 흘러 이쯤에 아는 한 가지
내가 변하니 세상이 변하더라
젊으면 젊은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모든 삶이 새롭고 새롭더라
아득히 먼 길
나에게 올곧게 가는 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