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자리 정종명
너 떠난 등 뒤로 차가운 바람 몰아쳐
북받치는 감정 추스르지 못했다
차가운 두 뺨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은 앞섶에 맺히고
여름날 소낙비처럼 발등을 젖혀
돌아선 발걸음 얼어붙고 말았네
진작 가고 없는데 내 허한 가슴
나아갈 길이 없는 미로에 갇히고
가마솥처럼 무던한 사랑의 진미
아직도 그 맛 혀끝에 감돌고
바람은 휘돌아 내 빰을 더듬는데
우물처럼 깊은 가슴골 보금자리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