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을비 타고오네요 김경림

사랑은 가을비 타고오네요 김경림
사랑은 가을비 타고오네요 김경림


사랑은 가을비 타고오네요 김경림

빛나던 여름이

해 저문 바다로 쓰러지고

가을비가 가랑가랑 내리네요

밤새워

창가를 두드리는 창백한 비는 그대의 아픈 마음 닮았어요

새벽이 되면

서늘한공기와 그대의 차가운 손이

가을 향기를 싣고 옵니다

파란 단풍

노란 은행잎이 이쁜

나무 아래에는 들꽃이 선명하게 피었어요

아파트 담장에 작은 장미 한 송이 비를 머금고 웃고 있네요

그대를 늘 기다렸지요

여우비는 싫어요

하루종일 우산을 쓰고 그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기쁨이

스카프를 두르고 바바리를 찾게 하네요

붉은색 바바리에 손을 짚어 넣고 따듯한 손과

뚜벅뚜벅 발자국소리가

낯설지 않은 그대에게 말을 건넴니다

사랑은 그렇게 오는거지요

기대하지 않아도

새벽비 타고

가을 비바람에 어깨적시며

살며시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