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김정숙

삐뚤빼뚤 김정숙
삐뚤빼뚤 김정숙


삐뚤빼뚤 김정숙

참, 오래 걸어 왔다!

네 발로 기어 다니던 인생이

어쩌다 비뚤배뚤

두 발로 걷기 시작하더니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살았지

씩씩하게 곧은 길 걷다가도

넘어질듯 넘어질듯 헛 발을

때론 빗길을 때론 눈길을

지금껏 잘 왔다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글쎄,

삐뚤빼뚤 나무 한 그루였어

세월이 흐르면

뼈들도 휘어지기 마련

어쩌겠어 사는동안

삶의 무게 한 아름 이고서

계절마다 잎 피우고

꽃 피우며 가는거지

내 그림자 삐뚤빼뚤해도

돌아보니 모든것이

감사이고 축복이었어

이만하면 잘 걷고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