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스케치 김정숙
촉촉이 젖어드는
꽃잎 사이로
젖은 날개 퍼덕이며
날아든 나비처럼
톡 터질것 같은
슬픈 노래로
또르르 구르는
잎새의 빗방울처럼
그렇게 그렇게
고독해지렵니다
포장된 허물을
벗어버리고
우산으로도
막을 수 없는
젖은 마음을
그렇게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남몰래 앓았던
젊은 날의 가슴앓이
희뿌연 안개비 날리던
그날의 초상화처럼
사랑과 고독이
젖은 날개에 매달려
하염없이 퍼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