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파도 안귀숙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녹차향이 녹아 있는 한 잔의 찻잔도
안개꽃 한 다발 꽂아 놓은
허리 잘룩한 탁자 위의 화병도
먼 곳을 바라보는 내 눈빛이
슬퍼 보이는 것은 그리움
이것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가 없다는 질긴 사랑마저도
부서지고 깨지고 나면
모든 것들이 추해 보이기만 하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부딪쳐서 깨지고 부서질수록
포말의 아름다운 가치는
점점 더 커져만 가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