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은 윤석진
달님은 계수나무 키우고
자시(子時)에 바람소리 보이는 것은
은하수 그림자 흐르는 소리
초저녁 개여울 휘감는 밤안개는
한참을 겪은 후 지상에서 허공으로 진다
섬이 된 별들은 날개 없이 노래하고
창 열지 않아도 문 여는 소리 보이는지
달은 연실 추상화를 연재한다
잡히는 것은
담 넘은 감나무가 익을 무렵 주인은 바뀌고
각막을 뚫고 굴절되는 것
문명은 바람을 걸어 레이저가 떠다닐 때
미확인 비행체를 찾는 이단아들
만추 비 갠 날 나무는 풍경화을 그리고
푸르던 잎새들은 바닥에 모여 흙으로 간다
보이는 것은
골동품상 눈처럼 빛나고
길 잃은 눈은 무리수
저 해묵은 달은
등대에서 침몰할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