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 오거리 김경림
퇴미 고개 지나
보문 오거리에 오면
아름다운 보문산을 만난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는
힘이 어서 나는지
쉴 새 없이 오르고
약수터 물 마시고
야외 음악당도 돌아다니며
박용래시인의 비석까지 올라와 소리치며 좋아한다
말문이 트이지 않아도
비석이 신기한듯 만져보고
뛰어다니다 돌아오고
다리가 튼튼하여 세 살배기
아이 같지 않다
김밥과 음료수 돗자리 들고
따라다니기 힘들지만
땀 흘려 걸으면서도
업어달라 떼쓰지 않는 아가는
시인을 좋아해
책을 읽다 빼먹으면
쳐다보며 다 아는 것처럼
눈웃음을 친다
사랑스런 아이
이제 어른
나는 보문산 정상을 바라만 보고
길가에서 보리밥을 먹는다
보문산 오거리에 걸린 지난 시간은 아직도 푸릇푸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