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이용철
저는 끼니를 채우려
들풀, 날아다니는 새, 물고기,
다른 짐승의 고기를 먹습니다.
살아 있는 풍경을 죽여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며
죽임으로 살아가는 짐승입니다.
저도 먹이가 되어 대갚음하려
몸을 태우기보다 들판에 맡겨
온당하게 풍경이 되고 싶습니다.
살과 피가 된 생명들이
제가 무엇을 했는지 묻습니다.
잘한 짓을 말해보라고
헛산 것 같아 고개 떨굽니다.
밥만 축내 온 부끄러운 짐승은
나직한 보득솔 밑에서 통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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