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었다 나영민

바람 잘 날 없었다 나영민
바람 잘 날 없었다 나영민


바람 잘 날 없었다 나영민

옛 자리에

가을볕이 내리고

논두렁 구불길 따라

양은 주전자에 찰랑대는 곡주

허리 굽혀

낫질하던 아버지의

허름한 옷매무새에 배인

땀 내음이 오랫동안 기억되는데

한 사발

시원스레 들이킨

막걸리 한 잔에 녹이는

고된 농사일 출렁이는 황금 물결

타지에 나간

자식들 뒷바라지 값은

매상으로 홀라당 갚고 나면

주머니에 허허로운 공기만 가득

살만하면 아프다고

나이에 장사 없다는 말을

증명이나 하듯 아쉬움만 잔뜩

남기시고 자연의 품에 승화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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