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가둔 논에는 나영민

물 가둔 논에는 나영민
물 가둔 논에는 나영민


물 가둔 논에는 나영민

그날도

논에는 썰매 타는

아이들로 바글바글했다

오빠들 사이

잠시라도 얻어 타고 싶어

논 가에서 발 동동 굴렸던 아이

겨울 찬바람이

스웨터를 뚫고 온몸이

얼어버릴 것 같아도 그 재미를

짐짓 알기에 심장은 두 배로 뛰었다

기다란 막대 끝

송곳에 상처 낸 손톱

그 후로 난 썰매의 설렘은

아픔 되어 잊지 못할 흔적으로

유년의 겨울 고향을 떠올리곤 한다

겨울 방학이라는

긴 나날 소꿉장난으로

어른의 일상을 체험했었던 시절

골목을 누비며

용자야 금옥아 놀자

사립문밖에서 목청껏 부르던 아이

그때 그 친구도

어른이 된 자녀에 손주들

사랑을 곱씹는 추억의 한 자락

이맘때면 논 썰매를 그리워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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