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가둔 논에는 나영민
그날도
논에는 썰매 타는
아이들로 바글바글했다
오빠들 사이
잠시라도 얻어 타고 싶어
논 가에서 발 동동 굴렸던 아이
겨울 찬바람이
스웨터를 뚫고 온몸이
얼어버릴 것 같아도 그 재미를
짐짓 알기에 심장은 두 배로 뛰었다
기다란 막대 끝
송곳에 상처 낸 손톱
그 후로 난 썰매의 설렘은
아픔 되어 잊지 못할 흔적으로
유년의 겨울 고향을 떠올리곤 한다
겨울 방학이라는
긴 나날 소꿉장난으로
어른의 일상을 체험했었던 시절
골목을 누비며
용자야 금옥아 놀자
사립문밖에서 목청껏 부르던 아이
그때 그 친구도
어른이 된 자녀에 손주들
사랑을 곱씹는 추억의 한 자락
이맘때면 논 썰매를 그리워하겠지
♨ 소식받기 ▷ Artis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