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경을 긁다 한유경

면경을 긁다 한유경
면경을 긁다 한유경


면경을 긁다 한유경

오늘도 박박 문지른다

내 얼굴인가 너의 얼굴인가

더러운 얼굴 들이대고는

맑은 얼굴 내놓으라 우기네

싸늘한 눈빛을 마주하곤

따뜻하게 보듬어 달란다

어쩌라고

내가 너이고 네가 나 인 것을

가면을 쓰고 바라 보아도

희한하게 넌 내 모습을 알아보더라

아는 척도 모르는 척도 아니하면서

쉼 없이 지껄이는 소리 마다하지 않고

면경을 닦듯

물칠을 하고 분탕질을 하고

나 이쁘냐고 물어본다

빤히 쳐다본다 가여운 눈으로

멍 때리며 바라보다

소리 없이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힘없이 고개 떨구며

너도 나도 외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