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김경림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갈무리하듯 뻠뿌질을 한다
마중물을 받아
새하얀 물을 받아 낸다
그대가 목마름에
부엌으로 들어가는 길이 멀다
젊은이들은 음식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보지만
산업 시대에 태어난 사람은
모든 것이 어설프다
해주고 싶어도
살림이 어렵고 빨래도 쉽지 않다
아 오늘은 무엇을 하며 살까
절름발이 인생을 살면서
티 나지 티가 나지 않게 얼굴 붉어지면서
등이 따갑다
잘산다는 것이
말처럼 되지 않는다
오늘은 얼굴이 달아오르고
판단에 칼끝이 서지 않는구나
눈이 감기지만
자고 싶은 날은 눈이 뻘겋고 잘 수가 없다
온몸에 전기가 오고
전율이 오는 시간은 지났다
이제 너도 수줍어하지 말라
꽃이 피고 지지만
내 눈은 다른 곳에 있다
사랑하면서 살면
정답을 찾지 않아도 되지만
높은 달을 보면 한숨이는다
마비가오고
혀가 꼬여도 정신이 맑다
무엇으로도 날
눈감게 할 수 없다.
사랑이라는 말이
덧없고 부질없듯이
믿음 없이는 부서지는 낙엽과 같다
밝은 달이 뜨면
해거름에 달려오는 싸릿문밖
그대 발소리
그대 마음 안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