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에서 봄을 낚다 김경림
포차 앞에서 윷놀이가 벌어졌다
서너 명의 사내들이 앉아서 서서
저녁 내기를 하고
서쪽 해를 붙잡고 있는
대동천 노랑 빨강 꽃들이 휘파람을 불며 저물녘 풍경을 낚고 있네
아파트가 올라가고
이름을 어렵게 짓고
튼실하게 다리를 오가는 새들은
나무 둥지에서 새 집을
대동천에 즐비한 벚꽃과 개나리 물가 오리와 봄을 낚는다
할머니들은 매일 출근 도장 찍듯
꽃단장하고 건물 지하로 숨어들고
버티고 서 있는 어스름한 저녁에
조팝나무 허리 굽혀 인사하는 예절 바른 곳
농협 병원 약국 식당 지하철까지
발길을 재촉하는 봄에 낚고 싶은 것은 무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사는 그대
어둠이 내려앉으면 빛으로 가득한 대동에서 봄을 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