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숲의 은별에게

단풍나무 숲의 은별에게
단풍나무 숲의 은별에게


단풍나무 숲의 은별에게

은별아 은별아 은별아

아빠가 한 번

엄마가 한 번

오빠가 한 번

다른 목소리의

같은 그리움으로

네 이름을 불러본다

우리 목소리 들리지?

너를 사랑하는 우리

결코 잊지 않았지?

다시 올 수 없는 곳으로

너는 떠났지만

우리는 너를 보내지 않았어

아니 보낼 수가 없어

우리가 함께 웃고

서로 사랑해야 할 시간들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대체 무엇이 그 누가

우리를 갈라놓은 것일까

우리의 허락도 없이 인사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난 네가

몹시 서운하지만 네 마음 아플까봐

그렇게도 못하겠구나

우린 이제 그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일도 너에게 미안해서

그냥 소리없이 눈물만 흘린단다

안타까운 한숨만 쉰단다

네가 없는 이 세상은

너무 쓸쓸하고 허허로운데

너무 재미없어 웃을 일도 없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세상은 그래도 돌아가고

사람들은 무심한 듯 제자리를 지키는 게

힘이 들어 적응이 안 되는

우리를 가엾이 여겨다오

아빠 엄마 오빠

하고 정답게 불러주겠니?

꿈에라도 한 번 웃어주겠니?

“사랑해요”라고

곱디고운 단풍잎 미소를 날려주겠니?

한 밥상에서 밥을 먹고

산책도 하고 음악도 듣고

정겨운 시간을 다시 가져보고 싶은 우리

너를 지켜주지 못한 자책감으로

하루하루가 힘들고 괴롭다

우리의 깊은 슬픔과

마르지 않는 눈물도

네가 조금씩 닦아주겠니?

우리의 아름다운

꿈이고 희망이고

보물이었던 은별아

너를 사랑한다

네가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했던 시간들

우리의 기억 속에서 꽃이 된

네 웃음과 사랑과 기도

모두를 고마워한다

네가 준 행복을 잊지 않을게

네가 준 아픔과 슬픔도 용서할게

우리가 그 어느 날

영원한 빛과 평화 안에

다시 만날 때까지

너는 잘 쉬고 있으렴

너를 닮은 별과 같은

단풍나무 아래서

우리를 기다려다오

오늘도 빨간 단풍잎에

곱게 실어 보내는

우리의 사랑이

푸른 하늘을 향하여

승천하고 있구나

사계절 내내 깊은 그리움으로

우리를 기도하게 만드는

은별아 은별아 은별아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