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월동 우체국에서 김경림
우체국에 가면
농사지은 쌀
참깨로 짠 어머니의 참기름 냄새가 난 다
마스크를 외국으로 보내는 아저씨 딸은 행복할 것이고
주렁주렁 열린 감을 연시로 만들고 곶감으로 빚어서 어머니께 보내는 투박한 손도 정겹고
책을 뽁뽁이로 예쁘게 포장해 택배 보내는 사람의 뒷모습이 빛난 다
갈 바랑이 가랑가랑 불어오면 보랏빛 스카프를 하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보낸다
글씨 쓰기 어려워
간단하게 적지만
볼펜에 힘이 쥐어지고
꽃들이 스치듯 지나가는 낭월동 우체국
향기가 난 다
책을 열면 책 냄새가 나서 글쓴이가 궁금한데 우체국에서 나무 냄새 풀냄새 반찬 냄새가 섞여 사람 향기가 난 다
가고 싶은 곳이 많아 마음조차 실어 보내지만
답장은 없다
시골 같은 동네에 사는 것이 좋고
낭월동에 정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