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유수 이진섭
돌고도는 물레 방아에 세월을 기대어
차가운 낙숫물에 인생을 넣고
유유히 흐르는 냇물에 삶을 쪼개었다.
뫼산 아래 진 노을도 뉘엿뉘엿하련만
코뚜레 깊숙이 꿰어 살아가는
달구지의 짐꾼과 다를 게 무엇인가!
잡지 못해 흘러 떠도는 허기진 인생
못나면 어떻고 또 부족하면 어떠리,
떠나고 떠나고 다 지나고 나니
눈앞에 남은 건 하나도 없지 않은가!
흐르는 물에 이끼가 끼지 않으니
속박 없이 살아가면 그뿐인 인생
그저 삶이 작다고 마음까지 작을쏘냐.
허수아비의 굴레 속에 사무쳐
하나뿐인 인생 하나뿐인 존재
껍데기로 살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