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안귀숙

나팔꽃 안귀숙
나팔꽃 안귀숙


나팔꽃 안귀숙

푸른 비취의 하늘은

산 넘어 그 너머

구름 뒤에 떨어지고

저문 길의 등 뒤에 더 큰

어둠이 홀로 와서 밝힌다

흙탕물 흐르듯

갈기갈기 찢겨진 세월

가시덤불 헤치고 건너듯 했다

가슴에 쌓인 비련 (悲戀 )

소리 없는 가슴으로 울뿐

나팔은 결코 불지 않았다

달빛에 취해

뒤척이는 그윽한 밤

소소리바람 타고 온

야리야리한 꽃 망울

바람이 분다

비가 내린다

실바늘 꿰매듯 신음소리 낼뿐

이미 눈물마저 메마른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