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안귀숙
푸른 비취의 하늘은
산 넘어 그 너머
구름 뒤에 떨어지고
저문 길의 등 뒤에 더 큰
어둠이 홀로 와서 밝힌다
흙탕물 흐르듯
갈기갈기 찢겨진 세월
가시덤불 헤치고 건너듯 했다
가슴에 쌓인 비련 (悲戀 )
소리 없는 가슴으로 울뿐
나팔은 결코 불지 않았다
달빛에 취해
뒤척이는 그윽한 밤
소소리바람 타고 온
야리야리한 꽃 망울
바람이 분다
비가 내린다
실바늘 꿰매듯 신음소리 낼뿐
이미 눈물마저 메마른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