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주선옥
새해에는 고요한 마음으로
좀 더 느리게 걸어가 보자.
귀한 인연들마다 좀 더 따듯하게
손잡아 주며 눈도 맞추고
먼~ 산만 바라보던 눈길 거두어
내집 처마밑서 지저귀는 새소리 듣고
발길 닿는 곳마다 상생의 기운으로
더 작은 일들에 큰사랑 기울이며
사소하다고 흘려 보냈던 순간들에
한번 더 손을 모아 뜻을 모으고
저만치에 먼지 쌓이는 시집 펼쳐
내 감성에 촉촉히 비를 내리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
만나러 가서 밝은 웃음 나누고
무심으로 지나쳤던 사람들 마음
한번 더 헤아리고 고마워 하고
지금 해야만 했던 조급함을 내려놓고
달팽이 처럼 천천히 걸어가 보자.